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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더 물랑루~즈!
2001년에 개봉했던 영화 <물랑루즈>를 본 적이 있는가. 니콜 키드먼의 리즈시절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꼭 봐야 한다. 마치 하얀 설원에 핀 새빨간 장미 같은 니콜 키드먼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사랑 밖에 모르는 순수하고 투박한 청년 이완 맥그리거이 등장한다. 사랑 타령하는 스토리는 지금 보기에 살짝 유치하고 평범할 수 있지만, 벨 에포크 시절의 파리를 재현한 화려한 미장센과 신나는 팝 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영화를 못 본 사람도 대표 OST인 ‘Lady Marmalade’는 모를 수 없을 것이다.
끼치 끼치 야야 다다!
모카 초콜라따 야야!
크리올 레이디 마말라이드~
불레 부 꾸쉐 아벡 무아, 쓰 쑤아ㅎ?
봉쥬ㅎ, 주뗌므, 다음으로 전 세계에 제일 유명한 프랑스어. 미국인들도 관용적으로 사용한다는 그 유명한 프랑스어. 의미는 직역 그대로…
(Would you like to sleep with me tonight?)
Lady Marmalade는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뮤지컬 <물랑루즈>의 오프닝넘버에 차용된다.
아무튼 본격적으로 뮤지컬 관람후기를 기록해 본다.
물랑루즈!
MOULIN ROUGE!
기간
2022.12.16 (금)~2023.03.05 (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러닝타임
170분 (인터미션 포함)
이날의 캐스팅
- 크리스티안: 이충주
- 사틴: 아이비
- 헤롤드 지들러: 김용수
- 몬로스 공작: 손준호
- 툴루즈-로트렉: 정원영
- 산티아고: 심건우
- 니니: 전성혜
- 베이비돌: 김병준
- 아라비아: 이정하
- 라쇼콜라: 김송이
- 앙상블: 백두산, 박종배, 차형도, 김현지, 하유진, 홍윤영, 이현영, 박신별, 이슬이, 서경수, 백승리, 이정윤, 최영진, 이승은, 윤철주
- 스윙: 정택수, 김주현, 류재혁, 최하은, 김영은, 계원주
내가 본 극장 포토존 중에 제일 화려했다.
자리는 중블 6열. 예대가 운 좋게 풀리는 덕분에 깨끗한 시야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촬영이 가능했던 무대. 배우들의 프리쇼를 하기 전까지는 무대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정열의 레드 그 자체.
왼쪽에는 작품의 제목을 의미하는 빨간 풍차가, 오른쪽에는 여주인공 사틴의 분장실 코끼리가 웅장하게 놓여있다. 무대 가운데에는 MOULIN ROUGE의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반짝인다. 프리쇼는 물랑루즈의 댄서들이 무대 위로 등장해 말없이 그루브를 타며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파리의 귀족 남자들이 술을 마시며 그들을 지그시 바라본다.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무대는 이미 파리의 물랑루즈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의 크리스티안이 무대 위로 올라와 네온사인을 살짝 올리는 손동작을 하면서, 무대가 화려하게 열리고 오프닝이 시작된다.
인상적이었던 넘버들
Truth Beauty Freedom Love
(원곡: T-rex - Children of the revolution, Lorde - Royals, Fun - We are Young)
'We are young'이라는 가사는 '젊음이여-'로 번역되어, 크리스티안이 꿈과 희망으로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외친다. 나도 같이 주먹 지고 외치고 싶어 짐...!
Your song
(원곡: Elton John - Your song)
코끼리 안에서 크리스티안이 사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넘버이다. 2막에서도 리프라이즈로 등장한다. 감미롭고, 감미롭고, 뒤로 갈수록 애절하다. 기억나는 가사는 영원히- 사랑해-. 2막 리프라이즈와 피날레에서 우리의 충주 크리스티안이 눈물과 땀으로 온 얼굴이 젖은 채, 힘겹게 내뱉던 ‘영원히-‘는 내 뺨도 이내 적셔버렸다.
샹들리에
(원곡: Sia - Chandelier)
차갑게 돌아선 (척하는) 사틴에게 상처를 받고 방황하는 크리스티안. 로트렉이 건넨 압생트에 정신을 잃기 시작한다.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드링크. 상처받은 영혼 충주 크리스티안은 압생트를 마시면서 녹색 요정 대신 사틴의 환상을 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점점 흑화 하는 충티안. 드라큘라에서 뱀파이어에게 홀려 욕망에 사로잡힌 조나단도 생각났다.
록산느의 탱고
(El Tango De Roxanne)
여기서 본격적으로 이충주 전매특허 다크초콜릿 84% 아우라가 풍겨져 나오는데… 가죽코트까지 착장 너무 완벽하고. 내가 너무 소중해서 아껴 듣는 충주 배우의 중저음 보이스가 뙇-. 더데빌의 X-블랙이 생각났지 뭐야.
Crazy Rolling
(원곡: Gnarls Barkely - Crazy, Adele - Rolling in the Deep)
그리고 그의 뜨겁게 타오르는 정열 혹은 복수심은 Crazy Rolling에서 폭발한다! 정확한 한국어 가사가 생각나지 않지만, 아무튼 ‘난 미치도록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어’라는 내용. 사랑 밖에 모르는 순수 청년에서 복수와 배신감에 불타오르는 화신까지 소화해 내다니.
블로그 후기에는 주접 안 떨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숨길 수가 없다.
그렇다. 나의 덕력이 아직 남아있음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결국 새드엔딩이기는 하지만, 진짜 마지막 피날레인 More More More Encore에서는 관객 모두 기립해서 손뼉 치며 함께 흥겨운 무대를 즐긴다. 진정한 쇼뮤지컬 한 편이 아주 뜨겁고 아름답게 막을 내린다.
아직 뮤지컬을 못 본 사람이라면 이 비싼 가격(VIP석은 18만원...)을 주고 볼 가치가 있는지 제일 궁금할 테다. 솔직히, 한때 뮤지컬 덕후였던데다가, 최애 배우가 나오는 극이기 때문에 당연히 Yes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뮤지컬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어느 누구에게 보여줘도 좋아할 작품이라는 사실임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스토리에 이입하지 않고 그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쇼뮤지컬이다. 깐깐한 브로드웨이 3차 오디션까지 거쳐 캐스팅된 배우들의 실력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이충주 크리스티안은 위에서 자랑 너무 많이 했으니 생략하도록 하고, 아이비 사틴 진짜 이쁘다. 사틴 그 자체.
이 작품에는 유일한 (아마도)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Henri de Toulouse-Lautrec
내가 좋아하는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 예술가, 헨리 드 툴루즈 로트렉.
귀족 신분이었지만 장애로 인해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환락가를 돌아다니며 하층민의 삶을 그리던 화가였다. 그의 작품들을 한번 보면 물랑루즈가 당시 파리에서 어떤 공간이었는지 살짝 엿볼 수 있다. 물랑루즈는 파리 몽마르뜨에 있던 빨간 풍차 모양의 클럽이었다. 그의 그림 속엔 배우, 댄서, 매춘부들과 귀족들이 뒤엉켜 화려하게 불을 밝히던 파리의 밤이 있다.
뮤지컬에서 배우들이 캉캉댄스를 추는데, 물랑루즈에서 실제로 캉캉 댄서들이 공연을 했다.
뮤지컬을 보기 전에 툴루즈 로트렉과 물랑루즈의 역사에 대해 가볍게 훑고 간다면, 더 푹 빠져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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